불협화음
 

불협화음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오일 바른 바이올린 현에 눈을 감고 올라서니 소프라노의 청아한 클린저가 나의 맘을 씻어내고 그대로 스르르 넘실넘실 별다방 커피 향에 몸을 띄우고 오직 성스럽고 거룩함만을 생각한다

여름 휴가. 물먹은 녹빛 벌판에 엷은 안개를 머금은 난 바람이 흘러와 고개 숙인 볏잎들에 매끄러운 선율을 더하고 개굴 섞인 베이스가 경쾌하게 흥취를 더해주니 또다시 눈을 감아 오직 맑고 따스함만을 생각한다

아침 신문. 청빛 하늘을 들쳐업은 모래 벌판이 힘에 겨워 황빛 입김을 토해낼 때 귀를 찢는 축포 소리 몸을 찢고 조각나고 그을린 몸뚱이가 나뒹굴며 진동하는 캐터필러 콘트라베이스가 앳된 비명을 삼키니 뒤엉킨 생각의 현을 이고 뜬 눈이 흔들린다

평화 축전. 황빛 들판에 불을 놓고 짚단이 연기를 뱉아내니 한 어린 수십 년이 새겨 만든 얼굴들이 뭉그러진 음성으로 절규했고 헬기의 흑빛 스타카토에 구릿빛 징을 섞고 폭격기의 잿빛 크레셴도에 검붉은 고함을 섞는다

밤의 산책. 고립된 숲의 섬에 외떨어진 몸뚱이는 도시의 갈라진 숨소리에 좁은 적막을 둘러치며 뒤엉키고 끊어진 오선이 가둬버린 음표의 소리없는 비명이 가득한 기억의 책장이 부담스러워 여전히도 한 바람을 담뱃불로 위협한다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2005년에 씀.

by 몽롱 | 2007/08/28 13:56 | 물컹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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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랑쿨 at 2007/08/28 20:16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이글루를 돌아다니다가 우연이 찾아오게 되었군요.
좋은 글들 잘보고 갑니다.

아 그리고 종종와서 좋은글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링크를 걸겠습니다.

그럼 언제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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